과배란 유도 때 난소기능이 중요하다. 난소 안에는 난포가 있는데, 난소기능은 배란될 난포의 수와 나중에 자라서 배란이 되는 어린 난포(원시난포)의 수를 파악하해 가늠한다. 여성은 태어날 때 약 200만 개의 원시난포를 가지고 있는데, 나이가 들면서 난소가 노화되고 기능도 서서히 저하된다.
난소에서 분비되는 항뮬러관호르몬(AMH)은 난포가 과도하게 성장하지 않도록 난포의 성장을 억제한다. 항뮬러관호르몬은 난소에 저장된 원시난포의 수가 많을수록 높은 수치를 보이는데, 여성의 생리주기와 관계없이 일관되게 측정할 수 있어 과배란 유도에서 난소의 반응을 예측하는 기준이 된다.
◇난소기능, 나이와 생활습관 영향 받아
젊다고 난소기능이 무조건 좋은 건 아니다. 젊은 여성에서도 난소기능 저하가 관찰되는 경우가 있다. 흡연, 비만, 경구 피임약 복용이 항뮬러관호르몬 수치를 낮추는 원인이다.
그럼에도 항뮬러관호르몬 수치에 영향을 주는 가장 큰 요인은 ‘나이’다. 나이가 들수록 원시난포 수가 감소해 폐경 전 10~12년부터는 현저히 준다. 항뮬러관호르몬 수치도 점차 낮아지는데, 사춘기 이후 수치가 점차 높아지다가 25세에 정점에 도달하고 폐경기에 가까울수록 감소해 측정이 어려운 상태가 된다. 그래서 임신을 계획하거나 준비하는 여성, 특히 시험관 아기를 준비하는 여성들은 사전에 항뮬러관호르몬 검사를 통해 난소기능을 점검한다.
◇체중·난소기능 따라 난소 반응도 달라져
체중도 과배란 유도에 대한 난소 반응을 예측할 수 있는 주요 인자다. 최근 개발된 과배란 유도제에 대한 연구들을 보면, 체중은 난포발달, 에스트라디올의 혈청 농도와 관련이 있는 게 확인된다. 저체중의 환자들이 치료제에 더 큰 반응을 보였으며, 치료 기간 동안 난포자극호르몬(FSH) 농도는 체중과 반비례하는 것이 확인되기도 했다. 환자들의 몸 상태에 따라 난소 반응이 부족하면 난자가 적게 배란되고, 반대로 난소가 과도하게 반응하면 지나치게 많은 난자가 배란되는 상황이 발생한다.
적정한 난소반응은 임신 성공률뿐 아니라, 여성의 안전과도 관련이 있다. 난소가 과도하게 자극돼 반응할 경우 난자가 많이 배란될 수 있는데, 특정 개수 이상으로 넘어가면 득보다 실이 많다. 채취되는 난자의 수가 많을수록 난소과자극증후군(OHSS)의 위험성이 올라간다. 그래서 임신 성공률을 높이면서 이상반응 위험을 높이지 않을 만큼의 난자를 확보하는 게 중요한데, 의학계에서는 약 8~14개 정도의 난자를 적정 범위로 본다.
◇‘환자 맞춤형’ 치료 계획이 중요
이런 이유들로 ‘환자 맞춤형 치료’의 중요성이 강조된다. 최적의 난소 반응을 끌어내기 위해선 시작 단계부터 환자의 체중, 난소기능을 고려해 호르몬의 용량을 결정할 필요가 있다. 대구마리아 김미주 진료부장은 “최근 난소기능에 대한 진단이나, 환자 체중과 난소기능에 따른 용량 알고리즘에 대한 연구가 진전을 보이고 있다”며 “항뮬러관호르몬 수치와 체중을 기반으로 적절한 시작 용량을 결정해 환자에 맞는 과배란 유도가 가능해졌다”고 했다.
관련해, 최근 항뮬러관호르몬 수치와 체중을 바탕으로 개인별 치료 용량을 결정할 수 있는 새로운 과배란 유도제 ‘폴리트로핀 델타’가 주목받는다. 환자에 따라 세심히 조절된 용량 투여로 항뮬러관호르몬 수치와 상관없이 8~14개에 해당하는 최적 난자 수 채취 가능성을 높인다. 난임 여성들의 새로운 선택지로 제시되고 있다.